[슈와마/트3] 스토니 신간 예약받습니다. =D (~13일까지)
NEW선입금 예약폼 ▶ http://naver.me/FNEk0vmK
11월 17일에 열리는 슈와마(스팁토니) 온리전에 나오는 신간 안내입니다.
616 유니버스 설정을 기반으로 하는 멋진 징조들 Good Omens AU로
천년 넘게 지구에서 아웅다웅하면서 지내는 천사 스티브와 악마 토니 나옵니다.
전반적으로 가벼운 분위기며 시리어스한 내용은 없습니다.
샘플은 조금씩 추가 예정이며, 샘플로 사용된 파트는 퇴고 이후 일부 수정 및 추가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SAMPLE ===============
어디서 폭탄 하나 안 떨어지려나. 아니면 빌런이라도 뚝 떨어지던가-.
이런 날은 모름지기 어느 정도의 소란이 일어야 마땅하거늘 하늘은 야속하게도 가장 우매한 어린 자식들에게 관대한 탓에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이지 빌어쳐먹을 정도로 좋은 날씨였다. 휘익 낮게 휘파람을 불자 방금까지만해도 눈썹 하나 꿈쩍 안하고 팔랑 팔랑 책을 넘기던 잘생긴 얼굴이 고개를 들었다. 토니. 젠장맞게도 본 모습과 가장 흡사한 상대의 육신은 이제 숫자를 세는 것 자체가 지겨운 지상의 삶에서 훌륭할 정도로 토니의 취향이었다. 심지어 목소리마저도!
코끝에 살짝 흘러내린 멋들어지게 쓴 토니의 선글라스를 긴 손가락으로 들어올려 제자리를 찾게 해주는 무심한 행동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연분홍빛의 한숨이 들렸다. 또 기사 나겠네. 토니의 가벼운 손짓으로 지금의 대화는 들리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가 사람들의 귀에 들릴테니 지켜보는 관객들은 분명 저마다 상상의 소설을 쓰거나 혹자는 그에 준하는 기사를 쓸게 틀림 없었다.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야."
"알았어."
일부러다. 인간의 귀에 들리게끔 불필요한 진담을 말하는 행동에 토니는 혀를 찼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자는 천사가 아니라 자신보다 더한 악마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내가 속고 지낸 건가. 투덜거리며 테이블 위로 얼굴을 박은 토니의 동그란 정수리 위로 청량한 웃음기가 떨어졌다. 그 긴시간 동안 스티브가 저를 다루는 법을 터득했을 거라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토니는 연신 입을 삐죽거렸다. 텀블러에 오늘 자네와 나의 연성이 가득할 거야. 자네 그런 것도 찾아 보나? 어차피 껍데기는 내가 아닌데 알게 뭐야. 동그랗게 떠진 푸른 눈에 그제야 심드렁하게 변했다. 취향은 무섭다고 꼭 이렇게 초반 십분 정도는 넋을 놔야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제 이런 일련의 과정이 익숙해진 스티브는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겼고 뒷커버가 닫히는 순간 내밀어진 커피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었다.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팁을 내미는 스티브의 흰 손을 가만히 보던 아르바이트생은 너무하네 나는 안봐주고~ 라고 말하면 동시에 팁을 내미는 토니의 목소리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분명 오늘도 스티브의 팬이 수백명 늘어났을 거라고 장담하며 토니는 후다닥 제 동료에게 달려가서 무어라 말을 하는 젊은 청년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일이야."
"뭐 빌런이야 항상 나타나고. 그러고보면 그 녀석들 참 성실하네. 매일같이 그러고 있으니."
"토니."
"워, 진정하라고 캡."
살며시 한쪽 눈썹을 끌어올리는 스티브에 토니는 과장되게 호들갑을 떨었다. 천사라 재미없는 건가. 더 끌었다가는 여러 의미로 호되게 혼이 날 듯 하다. 습관처럼 잔 위를 손가락으로 빙그르 돌리며 자신들의 '말'을 공간과 차단한 토니는 이윽고 입술을 열었다.
"도움이 필요해."
"자네인가 아니면 '너'인가?"
정확하게 육신과 그 안에 있는 실존하는 자신의 모습을 나누는 목소리는 단호하기 짝이 없다 못해 차갑다. 이미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었는지 스티브의 눈동자는 평소보다 더 짙고 푸르렀다. 또 사고쳤나? 누가 들으면 저 혼자 사고치는 줄 알 정도로 딱딱한 목소리에 토니는 잠시 울컥했지만 지금 도움이 필요한 건 자신이었다. 지고 들어가는 싸움에 애써 오기를 부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물쩡 거리는 토니가 답답했는지 스티브는 책을 테이블 한쪽으로 밀어버리고 의자를 토니쪽으로 가깝게 이동했고, 당연히 제대로 된 대화를 들을 수 없는 주변 관객들 사이에서 소근거림이 더욱더 커졌다.
"자네 또 사고 쳤나?"
"아니 내가 무슨 매번 사고만 치는 줄 알아?!"
"글쎄. 악마는 사고치지 않는다는 문장만큼 재밌는 문장은 없을 것 같군."
단호한 목소리에 토니의 미간이 살풋 찡그려졌다. 사실이니 반박할 말도 없다. 주변에는 어떻게 들리는지 주변의 앉은 사람들의 낮은 웃음소리에 토니는 보란듯이 코웃음을 쳤다. 이래서 인간들은 안된다. 겉보기 등급에 홀라당 넘어가서 무슨 말을 해도 좋게 봐주니. 기분좋게 부는 바람에 따라 살랑 살랑 흔들리는 금발에 저도 모르게 누그러진 자신을 향해 삐죽거리며 토니는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그림으로 그린듯한 얼굴 위로 드리워진 구름은 절묘하게 그림자를 만들었고 일순간 진지하게 고뇌하는 조각같은 남자의 얼굴을 만드는 조화에 토니는 역시 신은 그를 편애하는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뭐 별건 아니고 모델이 되어달라는 건데..."
"?"
"사업적인 제안이긴 한데 사적인 제안이기도 하지. '시선'을 끌 필요가 있거든."
새끼 손가락을 치켜들자마자 묘한 한숨이 마음에 들어 토니는 결국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전자만이면 몰라도 후자가 포함된 이상 그는 거절하기 힘들다. 예전부터 그래왔다. 스티브와 토니의 관계라면 이따금 소원해질 수 있지만 그 것이 아주 오랜 시간 서로 알아 온 '천사'와 '악마'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랬다, 지금 이 잘난 껍데기를 뒤집어쓴 두 남자는 인간들이 말하는 그런 존재였다.
스티브 로져스는 천사, 토니 스타크는 악마.
둘은 천년도 더 전부터 그들의 신의 명으로 지상에 파견된 이들이었다.
-------------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
-------------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
신은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임한다고 악마에 대응하기 위한 대비책으로 천사는 인간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했다. 때문에 오히려 인간 생활 저변에 깊이 침투하는 건 악마보다는 천사였다. 물론 이에 항변하자면 인류는 태초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랬듯 유혹에 약했고 동시에 구원을 바라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악마보다 더 가까이에 있는 탓에 지상에서 쓸 수 있는 힘의 한계는 악마보다 더 강한지라 파워-문자 그대로 물리적인 힘의 사용이다-면에서 한참이나 약했다. 그래서 대신 한 가지 얻은 이점이 있는데 악마보다 더 많은 동조자 혹 이해자를 얻는 일이 허용됐고-이른바 정체를 밝혀도 문제없는, 물론 엄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육체를 가지는 일도 매우 쉬었다. 그래서 스티브는 자신이 인간으로서 사회에 녹아들 때만해도 토니와의 육체적인 질긴 인연을 가질 거라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난 천 년간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났다고 매번 보는 이웃사촌인 그와 가깝게 지내는 건 사실이지만 어찌됐든 둘 사이에는 천사와 악마라는 간극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걸 인간이라는 육체에 겹겹이 얽힌 인연에 서로가 걸려 단박에 부셔질지는 몰랐다. 이번 일로 토니에게 된소리를 했지만 스티브도 딱히 뭐라 할 입장은 아니었다. 인간사에 대한 토니의 직접적인 개입은 계획적이었지만 스티브는 그에 비교하면 충동적일 따름이었다. 토니가 사연을 알았다면 단순히 잔소리로 끝날 정도가 아닌 일이었다.
그러니까 시작은 이랬다.
인간은 굳이 악마가 나서지 않아도 저들끼리 혼란을 일으키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천사들은 악마들보다 더 잦은 인력난에 시달렸다. 그 날 따라 조금 지친-스티브는 나중에야 자신이 지극히 인간적인 사고방식을 하던 걸 인정했다.- 그는 어느 허름한 교회 아래에 잠시 자신의 몸을 뉘였는데 그 곳에서 흔하지 않는 성령을 볼 수 있는 이와 마주했다. 스티브는 자신의 정체를 들킨 것보다 몇 백 년 만에 본 성스런 능력을 가진 인간에 대해 감탄했고, 그로 인해 자신을 보며 거의 쓰러질 기세로 우는 여인을 달래느라 고생을 했다. 그녀는 신대륙과 상당히 동떨어진 억양으로 말을 했고, 이내 아일랜드에서 이주해온 이민자임을 알았다. 생활고에 시달려 고단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스티브를 보는 파란 시선만은 무척이나 깨끗했다. 토니가 영국에서 있었을 적 아일랜드에 머물렀던 스티브는 세계 1차 대전 무렵 미국에서 난립중인 악마들을 저지하기 위해 마음에 들었던 그 곳 생활을 정리해야했다. 당시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두 명의 인간 지기가 아일랜드와 영국에 있던 터라 떠나는 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스티브에게는 우선시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그리 어렵지 않게 받은 허락으로 그들이 평안한 일생을 마무리할 수 있게 가호를 내린 대신 그들이 집필 중이었던 소설을 반드시 탈고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미국으로 떠났다. 느리긴 하지만 종종 편지로 소식을 전해 받으며 빠른 시일 내에 그들의 책을 보기를 고대하며 아일랜드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던 중에 만난 여인은 스티브를 고무시키기 충분했다. 심지어 성령의 존재 유무를 알 수 있는 깨끗한 영혼이라니! 모두를 굽어 살피는 신에게 이 기쁨 소식을 알리려던 찰나 스티브는 여인의 몸에서 이상한 징조를 발견했다.
공교롭게도 뱃속의 아이는 육신의 숨은 쉬고 있지만 영혼은 이미 텅비어버린 상태였다. 인간은 천사나 악마에 비하면 지극히 연약하고 혼돈에 가까운 존재라 어느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치우치면 견딜 수 없었다. 간혹 가다 이런 아이들이 태어나곤 했는데 다 자란 육신은 순수하기 때문에 악이 깃들 가능성도 높아 이런 경우 미리 안배를 하라는 이야기를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들이라면 다 기억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정당한 사유라도 아직 빛도 보지 못한 조그마한 생명을 신의 곁으로 보내는 일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사라 로저스라면 자신의 이름을 말하면 무엇보다 먼저 뱃속에 있는 아이의 안녕을 빌기를 간절히 바라는 여인을 눈앞에 둔 이상 스티브는 더더욱 차갑게 내칠 수 없었다. 애초에 축복 자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를 두고 고민하던 스티브는 바로 이어서 지상으로 파견된 천사들에게 주어진 특별한 권한을 하나 떠올렸다. 그건 바로 상황에 따라 직접 육체를 뒤집어쓰고 인간이 되는 일이었다. 인간들의 법이 불합리하다 말하는 것처럼 천사나 악마라고 별반 다른 건 없었다. 관행이라는 이름아래 고무줄처럼 적용되는 범위는 놀랍게도 스티브가 피력한 주장을 허락했고 그래서 그는 신의 이름 아래 여인의 몸을 빌려 인간의 육체를 얻었다. 물론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조만간 지상에 태어날 혼돈을 불러일으키는 아이를 막기 위함이라는 명목이었다. 인간과 달리 시간적 제약이 없는 이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물론 제약은 존재했다. 그래서 토니가 한 때 연락이 안 된다고 투덜거렸던 그동안 스티브는 인간의 아이로서 무럭무럭 성장하던 중이었다. 물론 천사로서 가장 중요한 기억이나 경험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이능을 쓴다던가, 기적을 발휘 한다던가 같은 일은 없었다. 인간으로서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본래의 정체를 깨닫는 게 바로 인간의 육체를 가지고 태어나는 천사들의 불문율이었다. 한 때 천사였던 토니조차 이런 건 악마보다 지극히 향락적인 유희라고 비꽜지만 스티브는 유감스럽게도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스티브 로저스는 본인이 원래 천사였음을 열 살을 넘기기도 전에 깨달았다. 이례적인 일이라 스티브가 깨닫자마자 즉각적인 청문회가 열렸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에 섞인 두 남녀의 목소리는 노래 소리와 달리 격렬했다. 인간이 본다면 그저 어린 아이가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제와 무르기에는 늦었다며 아이의 부모의 신앙심을 믿자는 쪽으로 기울던 이야기는 어느 순간 뚝 끊겼다. 스티브. 그것은 그가 단 한 번도 믿어 의심치 아니하며 헛되이 부른 적 없는 그들의 신의 목소리였다. 얼마나 놀랐는지 의자에 얌전히 앉아 발을 달랑거리던 스티브가 바닥을 내려오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넘어졌을 정도였다. 어린 아이라면 결코 지을 수 없는 엄숙한 표정을 한 스티브는 라디오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책을 펼쳤다. 팔랑거리며 넘어간 책장 위로 문자가 흐트러졌고, 평상심을 되찾은 그는 바닥을 울리는 소리에 놀라 문을 여는 제 어머니 앞에 단정하게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우유를 가져다주겠노라 하는 어머니를 향해 고개를 저은 스티브는 다시 그녀가 자신의 일을 할 수 있게 안심을 시킨 뒤 작은 등 뒤로 교묘하게 가린 책을 다시 끌어 당겼다.
언제부터 어린아이의 동화책이 예언서가 됐단 말인가. 몇 백 년도 더 됐을 것 같은 시큼한 포도주 냄새를 맡으며 스티브는 꼼꼼하게 문장을 읽어 내렸다. 말하자면 조만간 이 세상을 어지럽힐 아마겟돈을 일으킬 아이가 태어난다는 이야기였다. 그것도 브루클린의 가까운 어딘가에서. 언제 태어나는지, 부모가 누구인지 기본적인 단서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 스티브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이내 저에게 내린 임무를 겸허하게 받아들인 스티브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천천히 꼬집었다. 아직 스티브의 육신은 단단하게 완성되려면 멀었고, 보호의 대상이 될 지도 모를 아이를 위해서 좀 더 인간적으로 강해져야 했다.
“아….”
어렵지 않게 금방 방법을 떠올린 스티브는 이내 성음을 끝낸 책을 덮고 방 한쪽 구석에 쌓아둔 신문 더미를 끌어냈다. 한 시간 뒤에 나가서 팔 석간신문이었다. 전쟁을 끝낸 지 언제 됐다고 또 다시 흉흉한 소리로 가득한 신문 속에서 자긍심을 고취시키며 지원을 독려하는 어떤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랬다, 스티브는 전쟁 영웅이 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그는 어디 있더라? 자연스럽게 토니를 떠올린 스티브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 힘의 제한이 많이 풀리지 않은 터라 연락을 먼저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그만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요 몇 십 년이라는 찰나의 시간동안 연락이 없다 한들 평생 안볼 사이는 아니지만 한동안 그의 변덕스런 상태를 미뤄봤을 때 무시하기도 힘들었다. 그래, 잠시만 참아야지. 아직 또래의 어린 인간 아이들보다 조그마한 제 신체를 꾹꾹 누르며 스티브는 조용히 결심을 확고하게 내리눌렀다.
각설하고 본론만 말하자면 그리하여 스티브 로저스는 미국의 영웅이 됐다. 이렇게 깊게 인간사에 개입할 의지는 없었지만 대부분의 능력이 제한된 채로 뒤집어 쓴 육체는 모체가 성자에 가까웠던 원인인지 아니면 스티브 본디의 성품이 영향을 준 것인지 더할 나위 없이 강인해졌다. 이거야 말로 인간의 연으로 인한 결과이기에 우려와 달리 스티브는 별다른 제지 없이 전쟁터의 앞에 섰다.
이상한 일이지만 스티브는 지상으로 파견될 적만 해도 자신의 삶은 그저 책과 그림으로만 가득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헤이, 거기 잘생긴 천사양반.’이라며 상당히 그답지 않게 고루한 방식으로 인사를 먼저 한 토니를 만나던 순간조차 악마와의 인연이 이토록 길어질 거라 여기지 않았다. 공연히 그의 얼굴이 떠올라 그리워진 스티브는 짬짬이 주어지는 시간마다 그림을 그리던 작은 수첩을 꺼내들었다. 딱 한번 토니의 본모습을 그린 적이 있었다. 그 긴 시간동안 스티브는 누군가에게 피사체가 되길 바란 적이 없었는데 무슨 변덕인지 평소처럼 만나던 카페에 먼저와 앉아 있던 토니를 잡고 말했다. 인간들이 보면 그저 드로잉처럼 자세만 잡힌 그림일테지만 천사의 눈에는 미간을 찌푸리며 귀 끝이 빨갛게 달아오른 악마의 얼굴이 보였다. 사실 그림으로 남기면 좋겠지만 천사나 악마나 진실 된 모습을 보이는 순간 인간은 그 광휘를 받아들일 수 없던 터라 어쩔 수 없었다.
짧은 상념을 끝낸 스티브는 다시 수첩을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토니와 연락이 되지 않았지만 이 이상 그의 정보를 캐는 건 무리였다. 천년 넘게 지상에서 같이 지낸 만큼 선을 철저하게 지켰던 터라 종족이 다름에도 별다른 큰 일 없이 보낼 수 있던 거였다. 더 깊게 들어가는 건 스티브로서도 상당히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었다. 헌데 각오라니, 대체 무얼 말인가? 이어지는 생각에 스티브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 거렸다. 안되지, 지금은 안 될 말이다.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앞으로의 임무에 집중한 스티브는 이번 일이 끝나면 한동안 인간의 육신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육체에 대한 유대감이 깊어져서 이런 인간적인 사고를 하게 되는 것일까. 잠시지만 스티브는 이 일만이 아니라 토니까지 전부다 자신 없었다. 정보상에게 넌지시 돌려 토니의 행방을 알아보기로 결심한 스티브는 자신을 알아보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향해 의례적인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거리 속으로 스며들었다.
=============== SAMPLE ===============
질문이 있는 경우 덧글을 남겨주시거나 트위터 @NAL_IVAL로 문의 주시면 더 빠른 답변을 받을 수 있습니다.
'N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페&히어로온 통합 인포] 디비휴: 행크코너, 코너행크, 구백개빈 및 판포&거미 신간 및 스토니 구간 나옵니다. (0) | 2019.01.03 |
---|---|
[판포&스파이디] Have It All (0) | 2019.01.03 |
[부산디페/C33] 스토니 및 스파이더맨 중심의 마블 회지 및 카카이루 앤솔(위탁) 현장 판매 안내 (0) | 2018.09.10 |
[쩜오온 신간 통판] 인워 돌발본 스토니&피터 통판 받습니다. (0) | 2018.05.02 |
[쩜오온/신간] The Mobius (스토니&피터) (0) | 2018.05.02 |